미군 선임 부사관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자신을 다듬는가
겸손, 준비태세, 자기성찰…미군은 주임원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https://www.armyupress.army.mil/Journals/NCO-Journal/Archives/2026/May
미 육군 NCO Journal 2026년 5월호에는 선임 부사관의 역할과 성장, 자기관리, 경력개발을 다룬 의미 있는 글들이 실렸다. 각각의 글은 주제와 형식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부사관은 더 겸손해야 하고, 더 넓게 보아야 하며, 더 정확하게 말하고, 더 깊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특집에서 살펴볼 세 편은 Command Sgt. Maj. Tammy Everette의 「Dear Future Sergeants Major」, Retired Command Sgt. Maj. Sergio Porras의 「My AGR Journey from Readiness NCO to CSM」, Sgt. Maj. Brian M. Disque의 「How to Add a Little Polish to Your Muddy Boots」다. 세 글은 모두 미군 선임 부사관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대한민국 부사관 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임원사에게 필요한 첫 번째 조건, 겸손
「Dear Future Sergeants Major」는 미 육군 NCO Academy 지휘관인 Command Sgt. Maj. Tammy Everette가 미래의 주임원사들에게 보내는 조언 형식의 글이다. 저자는 30년 이상 군복을 입고, 27년 이상 부사관으로 복무했으며, 13년 이상 원사와 주임원사 직책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임 부사관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리한다.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겸손이다. 주임원사 과정에 들어서고, 조직의 최상위 선임 부사관 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부심이 오만으로 바뀌는 순간 리더십은 무너진다. 저자는 자신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되,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선임 부사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이 아니다.
이 메시지는 대한민국 부사관에게도 중요하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부하가 많아지고, 회의석상에서 발언 기회가 늘어나며, 지휘관에게 조언할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많이 듣고, 더 신중하게 말하며,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선임 부사관의 권위는 큰 목소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장을 알고, 사람을 이해하며,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태도에서 나온다.

병사 시절을 잊지 않는 선임 부사관
Everette는 미래의 주임원사들에게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모든 선임 부사관은 처음부터 주임원사가 아니었다. 병영생활을 했고, 병사와 초급간부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제한된 여건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 경험을 잊는 순간 선임 부사관은 병사의 현실과 멀어진다.
주임원사는 병사를 직접 지휘하는 자리만은 아니다. 그러나 병사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임원사는 부대의 실제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없다. 병영시설, 급식, 훈련피로, 가족 문제, 진급과 전역 고민, 초급간부의 부담은 숫자와 보고서만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선임 부사관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기억해야 후배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군 역시 마찬가지다. 부사관이 계급이 올라갈수록 병사와 초급 부사관의 현실에서 멀어지는 순간, 조직은 상하 간 신뢰를 잃는다. 선임 부사관은 지휘관과 병사 사이의 연결축이다. 그 연결축이 현장을 잊으면, 지휘관은 현장의 온도를 알 수 없고, 병사는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선임 부사관은 회의에 초대받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Dear Future Sergeants Major」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초대장을 기다리지 말고 의자를 끌어와 앉으라”는 메시지다. 저자는 중요한 회의나 실무그룹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불평하기 전에, 자신과 부대가 그 의사결정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선임 부사관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임원사는 지시가 내려온 뒤에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부대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라면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회의에 참여하며, 현장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지휘관을 보좌하는 선임 부사관의 책임이다.
한국군에서도 주임원사와 원사급 부사관은 행정적 보조자가 아니라 지휘팀의 핵심 구성원으로 기능해야 한다. 부대 운영, 교육훈련, 병영문화, 장병복지, 안전관리, 전투준비태세와 관련된 사안에서 선임 부사관의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회의에 앉아 있는 것만이 역할은 아니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구조 안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은 선임 부사관의 중요한 책무다.

Readiness NCO에서 CSM까지, 경력은 스스로 만들어진다
Retired Command Sgt. Maj. Sergio Porras의 「My AGR Journey from Readiness NCO to CSM」는 한 부사관의 경력 성장 기록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육군 주방위군 AGR, 즉 Active Guard Reserve 체계에서 Readiness NCO로 시작해 작전부사관, 작전원사, 선임 부사관 조언자, 다국적 훈련단 주임원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경력 발전 과정을 설명한다.
이 글의 핵심은 준비태세와 지속성이다. AGR 부사관은 전통적인 예비군 훈련 참여자와 달리 상근으로 부대 운영과 준비태세를 관리한다. 저자는 훈련부사관이나 보급부사관의 충분한 지원 없이도 부대 준비태세, 훈련일정, 보급요청, 장비관리, 행정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작전적 사고, 주도성, 책임감, 현장형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었다.
한국군 부사관에게도 이 부분은 중요하다. 부사관의 전문성은 특정 보직에서만 형성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에서 부대를 운영하고,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며, 병사와 가족, 장비와 훈련, 행정과 작전을 동시에 관리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경력은 자동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다. 각 보직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책임감으로 수행했는지가 부사관의 깊이를 만든다.
후방지원도 전투력이다
Porras는 부대가 이라크 파병을 준비하던 시기에 자신이 후방분견대 NCOIC로 남아 임무를 수행했던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파병부대가 떠난 뒤에도 훈련, 가족지원, 행정처리, 부대 연속성 유지, 전사자 유가족 관련 지원까지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리더십이 단순히 작전 수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군에서 후방지원은 종종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지원, 행정연속성, 장병 문제 해결, 전사상자 관련 절차, 부대 사기 유지는 모두 전투력의 일부다. 병사가 전방에서 임무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후방에서 누군가가 가족과 행정, 제도적 지원을 책임지고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군도 이 부분을 더 깊게 보아야 한다. 부사관은 전투현장뿐 아니라 부대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핵심 인력이다. 전투준비태세는 사격과 전술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병사의 가족, 장비, 인사, 보급, 교육, 안전, 사기까지 함께 관리될 때 부대는 오래 버틸 수 있다.

작전참모 능력은 선임 부사관의 필수 역량이다
Porras의 경력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작전부사관과 작전원사 경험이다. 그는 대대급 작전부사관으로서 훈련일정 조정, 작전계획 지원, MDMP, 즉 군사결정과정 지원, 지휘관 의도와 임무 수행의 연결을 담당했다. 이후 연대급 작전원사와 선임 부사관 조언자 역할을 겸하면서 부대의 준비태세와 작전운영을 지휘부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선임 부사관에게 작전참모 능력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부사관이 현장경험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상급부대로 갈수록 부사관은 작전, 교육훈련, 인사, 보급, 정보, 민군협력 등 다양한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지휘관의 의도를 현장에 맞게 구현하고, 현장의 문제를 작전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한국군도 원사급 이상 부사관에게 작전참모 능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임원사와 참모부 근무 부사관은 병력관리 경험뿐 아니라 작전계획, 교육훈련 관리, 위험관리, 전투준비태세 평가, 지휘관 조언 능력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오래 복무한 부사관도 다시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
Sgt. Maj. Brian M. Disque의 「How to Add a Little Polish to Your Muddy Boots」는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진흙 묻은 전투화’는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부사관을 뜻한다. 저자는 1990년대 자신이 즐겨 신던 전투화를 떠올리며, 오래 신어 편안하고 믿음직한 전투화도 때로는 다시 손질하고 광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비유는 장기복무 부사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20년 이상 복무한 부사관은 풍부한 전술적·기술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새로운 직책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단급 이하의 익숙한 환경에서는 전문가였던 사람이 상급부대, 합동조직, 다국적 조직, 정책부서로 이동하면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받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다 안다”는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
이 부분은 한국군 장기복무 부사관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특정 병과와 직책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은 큰 자산이다. 그러나 계급이 높아질수록 요구되는 능력은 달라진다. 실무능력만이 아니라 관계 형성, 상급부대 이해, 조직 간 협조, 정책 감각, 문서와 발언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관계 형성은 선임 부사관의 전략적 능력이다
Disque는 선임 부사관에게 강한 관계망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단순한 인맥 쌓기가 아니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문제는 자기 부대 안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부대, 다른 병과, 다른 군종, 민간기관, 합동조직과 연결되어야 해결되는 문제가 많다.
선임 부사관의 영향력은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범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보겠다”는 한마디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교육과정, 파견근무, 합동회의, 임시임무, 교류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국군에서도 부사관의 전문성은 개인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수한 부사관은 자신의 부대 안에서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특히 선임 부사관은 병과와 부대를 넘어 협업할 수 있는 관계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
자기계발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인식이다
Disque는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자기계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자기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모든 약점을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약한지 알고, 팀원의 강점을 활용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능력이다.
이 말은 선임 부사관에게 특히 중요하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부하와 참모, 동료의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 자신이 부족한 영역을 인정하고, 그 분야에 강한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성숙한 리더십이다.
한국군도 선임 부사관 리더십을 평가할 때 개인의 만능성을 요구하기보다, 조직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를 보아야 한다. 좋은 부사관은 모든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사람을 연결하며, 조직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이 글들이 한국군에 주는 공통 메시지
이번 5월호의 세 글은 서로 다른 경험을 다루지만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첫째, 선임 부사관은 겸손해야 한다.
계급이 높을수록 더 낮은 자세로 현장을 보고, 후배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선임 부사관은 준비태세를 만들어야 한다.
전투준비는 전술훈련뿐 아니라 행정, 보급, 가족지원, 장비관리, 작전계획, 조직문화까지 포함한다.
셋째, 선임 부사관은 계속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
오래 복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직책에 자동으로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조직과 임무에 맞게 사고방식과 관계망, 소통능력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넷째, 선임 부사관은 혼자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부하를 키우고, 지휘관을 보좌하며, 동료와 협업하고, 상급부대와 현장을 연결하는 것이 선임 부사관의 진짜 역할이다.
대한민국 부사관 제도에 필요한 전환
대한민국 부사관도 이제 단순한 현장경험 중심의 성장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험은 중요하지만,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임 부사관에게는 작전참모 능력, 조직관리 능력, 후배양성 능력, 대외소통 능력, 자기성찰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특히 원사와 주임원사급 부사관은 부대의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조직을 움직이는 전문 리더가 되어야 한다. 지휘관에게는 현장 기반의 조언을 제공하고, 장병에게는 신뢰받는 기준을 제시하며, 후배 부사관에게는 성장의 길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군 NCO Journal 2026년 5월호의 세 글은 한국군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선임 부사관을 단순히 오래 복무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전문 리더로 키우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부사관 제도는 계급은 높아지지만 역할은 좁아지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한다면, 대한민국 부사관은 병사와 지휘관, 현장과 정책, 경험과 미래를 연결하는 진정한 군사전문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계급이 아니라 영향력이 선임 부사관을 만든다
선임 부사관의 가치는 계급장 자체에 있지 않다. 그 사람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다. 겸손하게 듣고, 정확하게 말하며, 준비태세를 만들고, 후배를 키우고, 자신을 계속 다듬는 부사관이야말로 진정한 선임 부사관이다.
미군의 세 글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주임원사는 혼자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니다. 수많은 병사와 동료, 선임과 후배의 신뢰 위에 선 사람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오른 뒤에는 더 넓게 보고, 더 깊이 책임지며,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대한민국 부사관도 마찬가지다. 이제 부사관을 단순한 실무자나 현장관리자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부사관은 부대의 준비태세를 만들고, 조직문화를 세우며, 후배 리더를 키우는 핵심 전문인력이다. 군이 강해지려면 선임 부사관이 먼저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강함은 권위적 태도가 아니라, 겸손과 전문성, 책임감, 자기성찰에서 나온다.
원문 참고
Command Sgt. Maj. Tammy Everette, “Dear Future Sergeants Major,” NCO Journal, May 2026.
Retired Command Sgt. Maj. Sergio Porras, “My AGR Journey from Readiness NCO to CSM,” NCO Journal, May 2026.
Sgt. Maj. Brian M. Disque, “How to Add a Little Polish to Your Muddy Boots,” NCO Journal, May 2026.
※ 이 기사는 미 육군 NCO Journal 2026년 5월호에 실린 세 편의 글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부사관 제도 발전 관점에서 재구성한 특집 기사입니다. 원문 각 글의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NCO Journal 또는 미 육군의 공식 입장을 반드시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